지-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이 애니메이션은 순식간에 보았고, 시청 후 후폭풍이 심했다.
단순히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수많은 인물들이 연구하고 증명해내기 위한 과정을 다룬 것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리고 말한다.
지성은 무엇이고,
종교는 무엇이고,
신앙은 무엇이고,
권력은 무엇이고,
역사는 무엇이고,
신념은 무엇이냐고.
이 애니메이션은 천동설이 주류였던 배경을 가진 중세 시대 가상 픽션이다.
자칫 혼동하면 안 되는 것이, 가톨릭이 주류였던 시기 천동설이 신학적 기반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엄청나게 핍박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종교재판을 통해 실제로 화형이 집행되었다는 기록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조금만 지동설에 관심을 가져도 이단으로 몰려 고문당하고 죽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경의 말씀을 중요시 여기는 개신교가 더 오랫동안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나 잘 만든 이야기.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고, 종교는 왜 필요하며, 신앙이란 무엇일까?
종교의 이름으로 이단을 심판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심판이었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라파엘 바데니는 독선적이고 오만하며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수도승이다.
그는 교회가 잘못된 지식을 설파하여 사람들이 교회를 불신하게 된다면,
자신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교수에게 따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신의 말이 진리이고, 진리가 곧 법"**이던 시대.
교회의 권위로 사람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시대.
그렇지만 그 진리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런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이단으로 찍히는 발상이었다.
분명 학자와 관련 지식을 섭렵한 사제들은 천동설이 완벽하지 않은 우주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천동설이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었으며, 성경에 나오는 지구에 대한 설명이 더욱 천동설을 지지하는 상황이었다.
(시편 104:5: "주님께서는 땅의 기초를 든든히 놓으셔서, 땅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지 않은 이론이라는 걸 알았기에...
누구는 지적 호기심으로
누구는 하나님의 세계를 정확하게 정립하기 위해
누구는 자기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
누구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걸었던 희망을 지키기 위해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고, 세상이 이단이라 부르는 이론을 위해,
각자 목숨을 걸고 밝혀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단 심판관 노바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용병 출신의 이단 심판관.
일할 때 매사에 귀찮아하는 모습은 마치 지금의 샐러리맨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고문을 통해 심문하는 냉혹한 모습을 보면,
그가 왜 이 직책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노바크는 작중 어떤 이단 심판관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기량을 바탕으로 대단한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문을 즐기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저 슬하에 똑똑한 딸을 두었고, 그녀를 위해 일을 할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똑똑한 딸은 천문학을 사랑했으며, 천문학 사서로 일하며 여러 가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연구진으로부터 차별을 받았다.
그녀의 이름으로 논문을 발표할 수도 없었고,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을 통해 주인공들의 조력자가 되었다.
한편, 아버지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딸은 비록 직책은 사서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연구자로서 지동설의 완성에 기여한다.
(사실 뒤에 많은 이야기를 적었으나, 너무 많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지웠다.)
결말이 생각보다 담백하고, 힘이 모자란 감이 있다.아쉽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화를 다 보고, 밀려오는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장면들이 현재의 비트코인을 부정하는 정부와 FIAT(법정화폐)를 맹신하는 부류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도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심지어 교회의 주교가 어느 순간 지동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노바크와 주교의 대화가 가관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 현재의 우리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관이었던 대화가 현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다.
"언제까지 가짜를 정설로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는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기에,
각자 서로 다른 이유로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다.
나는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와 배경을 현재의 세상에 투영하며 보고 있던 것 같다.
이 애니메이션은 분명 취향을 타겠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작"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비트코이너와 비트맥시에게 이 애니메이션을 적극 추천한다.